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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 일이네. 이부키가 그날 일어나서 처음 생각한 것은 그랬다. 잠에서 깨자마자 시마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가까웠던 적이 얼마나 있었나. 제게 타인보다 예민한 감각이 있음에도 상황 판단이 늦었던 건, 시마가 방금 눈을 뜬 자신의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어 주변이 잘 보이지 않았던 이유도 있다고, 훗날 이부키는 그렇게 생각했다. 가장 큰 원인은 물론 따로 있었지만.
─시마? 이부키가 입을 열었다: 입술을 달싹였다. 목이 잠긴 듯 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대체 얼마나 오래 잠들었으면 목소리가 이렇게까지 잦아든 거야,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 그때부터였다. 시마는, 아니 시마를 닮은 무언가는 감정에 따른 표정 변화를 크게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오랜 파트너 정도로 친한 사람들만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미묘하게 놀란 얼굴을 했다. ···이부키. 눈 앞의 '시마'가 말했다. 소리는 지금 잠겨 있는 자신의 목처럼, 마치 물 속에 귀가 잠긴 듯이 먹먹하게 들렸다. 그럼에도 이부키는 그것의 목소리가 외형만큼이나 시마의 것을 아주 많이 닮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흐리게 웅성이는 소음 사이로 아, 진짜다. 드디어. 같은 단어들이 띄엄띄엄 들려왔다. 이부키는 억지로 기침을 했다. 숨을 강제로 뱉어내며 목을 한번 긁고 나니 감각을 덮은 듯한 불편함이 조금 걷힌 것도 같았다. 여전히 쇳소리가 섞이는 목소리는 입밖으로 나올 때마다 따가운 통증을 수반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픔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시마는 어디에 있어.”
“역시나 감이 좋네. 나는 시마 카즈미가 아니야.”
“그렇다면 너는 누구야.”
누군데 시마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야. 그런 말을 하기 이전에 눈 앞의 시마, 를 닮은 무언가는 바로 설명을 시작했다. 지체 없이 간결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정말로 시마를 쏙 빼닮아서 이부키는 속이 불편해졌다. 그 다음에 내뱉어진 진실을 듣고 난 뒤에는 속이 당장이라도 뒤집어질 것만 같았지만.
─시마 카즈미의 레플리카, 그것도 네 번째.
에? 뭐? 진짜? 장난이 심하네, 시마의 쌍둥이 씨. 그런 말로 일단 상황의 무게를 희석시켜 보는 게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이부키 아이였으련만, 분위기를 읽어버린 몸에서는 그런 반응조차 나오질 않았다. 그저 지금 주어지는 설명이, 꿈이라면 물론 안심되겠지만, 일단 현실이라고 가정하고 모두 받아들이는 수밖에는 없다고. 이부키는 이미 그렇게 판단하고 있었다.
“나는 죽기 직전 너와 내가 (아, 그러니까 '나'라는 건, 이 기억의 주인인 오리지널의 시마 카즈미 말이야.) 수사 중이던 테러 사건에 대한 진상을 알아내기 위해 만들어진 복제본이야. 참고로 너는 나와 달리 복제본은 아니고, 냉동 수면에서 깨어난 케이스.”
“왜, 이렇게까지···.”
“그게 이전 세계를 멸망시킨 일련의 사건들의 시발점이었거든.”
“오늘 날짜가… 어떻게 되는데.”
“상황을 받아들이는 게 빠르네.”
레플리카의 '시마'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시마가 멀어지자 그제야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낯선 천장이다. 참 웃기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어이없는 애니메이션의 인용이 떠올랐다. 시마가 걸어간 방향에서는 아주 자그마한 진동음이 들려왔다. 창의 커텐을 걷은 듯 들이치는 빛으로 시계가 한층 밝아졌다. 어서 와, 한 번 망한 뒤에 재건된 네오 지구의 세계에. 네오-시마(네번째)가 말한다. 이부키는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뒤, 무거워서 잘 움직이지 않는 몸을 힘을 줘 느리게 일으켰다. 이제 눈앞에 그려질, 앞으로 마주해야 할 혼란스러운 새 세계를 생각하며― 이부키 아이는 백년간 닫혀 있던 눈을 열어 세상을 보았다.
시마의 기억은 전부 여기에 있잖아.
이부키는 시마-레플리카의 이마를 가리키며 말했다.
굳이 나까지는 필요 없지 않아?
'시마'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그렇지가 않았단 말이지.
생각해보면 웃기기도 해. 인간의 뇌를 분석해서 전뇌로 복제 가능한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도, 뇌가 가진 정보의 실제 사용은 아직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생전 그 주인이 가지고 있던 신념이나 의사, 즉 마음에 따라서 달라지는 모양이야. 쉽게 설명하자면 오리지널이 마음대로 기억에 락(lock;잠금)을 걸 수 있다는 의미.
원형의 시마 카즈미는, 이부키 아이 없이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어. 네가 없으면 자신이 가진 정보가 완전하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 같아. 그것도 '살아 있는' 이부키 아이를 원했지. 그게 시마 카즈미를 복제하고 나서도 동결 보존된 너를 폐기하지 않고 끝내 되살려낸 이유다.
그동안 계속 나를 기다린 거야?
세 번이나 죽을 때까지, 내가 깨어나기를?
그래. 신체의 수명이 세 번이나 다할 때까지.
냉동되어 잠든 너를 지켜봤어.
그렇게 오랜 시간 질리지 않았던 건 네가
시마가 죽는 순간의 복제품이기 때문일까?
시마 카즈미는 우수한 형사야. 국비로 레플리카까지 만들어 놓고 그걸 놀게 둘 이유는 없지. 그래서 나는 네가 잠들어 있던 시간 내내 형사를 계속했어. 의무였지만 수사의 한가운데 있으면서 시마 카즈미의 감정으로 느꼈어, 역시 나는 형사인 게 맞다고.
하지만 너를 지켜보는 건 의무조차 아니었어. 꽤 만족스러운 형사로서의 새로운 삶이 주어졌는데도 일이 끝나면 항상 미동도 없는 너를 보러 찾아갔던 건, 순전히 시마 카즈미의 사고가 그걸 원했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이건 레플리카인 나만의 특성이 아니야.
원래의 시마 카즈미도 그렇게 했을 거야.
오리지널 시마의 호칭에 대해서,
시마 레플리카(4th)는 '시마 카즈미'로
이부키는 '시마짱'으로 부르기로 했다.
“지금까지 계속 생각했어. 다시 깨어난 순간부터 계속, 계속, 부족한 머리로도 끊임없이. 그렇게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야. 레플리카라도 너는 시마 카즈미야.”
“나는 시마 카즈미가 아니야.”
“왜? 시마는 기억이 영혼이라고 생각했다며.”
정확히는, 개인 존재의 본질. 시마는 정정하고 말을 이었다.
“시마 카즈미는 기억이 존재를 구별하고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라고 생각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불변의 가치를 믿었어. 그러니까 나같이 재구성을 거치지 않은, 존재가 단절된 적이 없는, 살아 있는 그대로의 너를 원했던 거겠지.”
“뭐, 그건 됐어.”
“시마가 불변을 믿었다면 나는 변화를 믿으니까.”
예전부터 난 그랬잖아, 누구든 바뀔 수 있다고.
이부키는 씩 웃으며 말했다. 그 특유의 웃음에 대항할 반박을 내놓으려, 시마는 미간을 좁히며 그가 했던 말을 되짚었다. 예전부터 꾸준히,
“그거야말로 불변 아닌가?”
“변화하길 원했다면,”
시마짱.
─내 시간을 얼리지 말았어야지.
사람을 잘 믿고, 변화의 가능성을 믿고, 내가 진심으로 믿고 있는 너, 시마 카즈미를 좋아하는. 그때 그대로의 나를 지켜 놓고선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이부키가 시마의 얼굴을 감싸고 이마를 가볍게 맞댄다. 아무래도 이번엔 시마짱이 내게 진 것 같네. 이부키가 키득거렸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울리는 그의 진동이 시마를 간질인다. 그러니까 지금의 시마짱은 조금 바뀐 시마일 뿐. 이부키가 시마를 온통 간지럽게 만든다. 문득 가슴이 조여드는 기분을 느꼈다. 박동이 불규칙해진 것만 같았다. ―심장이다. 이건 분명 살아 있는 심장의 반응이다, 처음부터 인공의 기계 부품으로 대체되어 태어나 그곳에는 심장 따위 있을 리가 없을텐데도.